전시회 소감
좋지 못 한 감정에 비례하는 성장의 계단.
전시회를 마친 내가,
불과 몇 개월 전 전시회를 준비했던 나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바로 “욕심을 부려라.
욕심을 가지고 욕심을 컨트롤 하지 말라.” 이 말이다.
솔직히 전시회가 끝난 지금, 아직까지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어쩌면 아쉬움에 휩싸여 정신을 못 차리는 거 같기도 하다.
전시회를 준비하는 내내 많은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다.
처음 접해보는 과정이였기에, 또 그 과정의 길을 걸어가기엔 아직 내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겁을 먹고 시작해서 그런지 모든게 어렵게만 다가왔고
모든게 큰 난관으로 다가왔다.
내가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나 어떡해, 나 어떻게 해, 교수님!” 이었다.
브랜드의 컨셉을 설정하고 브랜드의 타겟을 정하고 브랜드의 모든 아이덴티티를 설정할 때에는
성공할 것만 같고 모든 계획은 세워졌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나의 허상이었다.
모든이들은 처음부터 쉬운건 없다고 당연하게 말하지만
나는 그 말이 제일 싫었다.
사실은 지금도 싫다.
당연히 이론적으로 뇌에 새겨져 있는 말이지만,
어쩌면 브랜드를 준비하면서 쉽지 않고, 복잡한 과정을 걸어나가는 거에 대해 회피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쇼핑몰도 준비하고 아직 부족하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을 때쯤,
심영완 교수님 께서는 나에게 겁을 조금은 떨쳐낼 수 있는 말씀을 해주셨다.
“수지야. 갈 길이 멀어보이지, 근데 너 진짜 거의 다 온거야.” 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교수님... 아직 할 게 산더미인데요?” 라고 대답을 드렸다.
그 때 교수님께서는 “뒤를 돌아보아라. 천천히 차근차근 과정 밟아오니까 거의 완성되어가고 있잖아.”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때 깨달았던거 같다.
내가 잘 하고 있다는 것을,
겁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겁을 먹고 시작했고 이걸 언제 다 해서 언제 끝내나 생각했지만,
과정을 차례대로 밟아오니 완성에 이르고 있었다.
도식화를 작업해 패턴사와 옷 제작도 하고 동대문 종합시장에 가서 원단과 부자재들을 구하고,
새벽시장으로 밤을 새어 도매상가에 가서 옷도 직접 사입해보았다.
이상하게도 하면 할수록 내가 만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더욱 확고해져 갔으며
발로 뛰어다닐수록 몸과 정신은 힘들지만 일은 원하는 대로 잘 해결되어가고 있었다.
전시회 일정이 다가오면서 나는 팝업스토어도 기획하고
여러 가지의 경험을 쌓아갔던거 같다.
신기하게도 국제패션디자인직업전문학교 교수님들께 실무적인 내용을 배웠던 것들이
거짓말 안 치고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심사 내용까지 파악해 가면서 마진, 유통비용, 브랜드의 모든 특징,
디자인해서 제작한 옷에 담긴 기획 의도, 사입한 옷의 가격 설정 이유 등 내가 배웠던 것들을 통합하여
머리를 쥐어 짜내 대본도 짜고 달달 외웠으며,
디테일에도 신경써서 사입한 옷, 디자인하여 제작한 옷 모두 하나하나 메인 라벨을 직접 바느질 하여 달아주었고
팝업스토어에 사용해야할 물품이 택배가 늦어 직접 찾으러 김포까지 다녀와봤다.
처음부터 끝까지 쉬운건 절대 없었지만
그래도 그만큼의 계단을 올라왔다는 거에 내 스스로가 뿌듯했다.
그렇게 이르러 전시회 당일 나의 브랜드 심사가 끝나고 나는 너무 허탈해서 눈물도, 말도 나오질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고 오랜 시간 걸쳐 몸과 정신 모두 고생하면서 애썼는데
결국 심사에서는 100% 중 20%도 못 보여준 거 같다.
솔직히 심사위원분들이 너무나도 미웠다.
좋지 않은 감정이 너무 많이 몰려와서 술을 잘 마시지 않는 내가 과한 음주를 하였다.
며칠을 그렇게 보낸지 기억도 안 난다.
너무 허탈했다.
허탈과 억울함은 진짜 쉽게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살면서 느낀 허탈함과 허무함과 억울함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감정보다 이성이 먼저인 내 성격과 반대로 전시회가 끝나고 나서는 그런 힘든 감정에 휘둘려 방황했던거 같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감정이 조금씩 무뎌져 갔을 때 한 계단 더 성장해 나갔구나 라는 생각이 머리에 꽂혔다.
야구공 시속 180으로 머리통을 맞은 기분이였다.
브랜드를 이론적으로 배웠을 때에는
소비자의 관심,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로열티 등등 크게 다가오지 않았었는데
요번 계기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니즈를 맞추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뼈저리게 깨달았고 세상은 결과로 과정을 알아준다. 라는 것도 다시 한 번 느꼈다.
나는 과정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 과정을 인정받으려면 대단한 결과의 성과가 필요하다.
알고있는 말이겠지만, 몸소 느껴보지 못 하면 절대 모른다. 그냥 쉽게 말해서 현실을 직시한 거 같다.
내가 학생이 아니었고 내가 졸업 전시회로 브랜드를 만들어보지 않았더라면
나중에 가서 이 귀한 깨달음을 늦게 알아차렸을 것이다.
먼저 깨달아서 정말 다행이다.
다음 년도에 이 귀한 경험을 할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직접 맞서는 것이야 말로 완벽한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다.
또한 먹은 칼로리보다 에너지 소모가 적으면 살이 찌듯이 걱정만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걱정이 는다.
그러니 욕심이 나면 있는 욕심 다 부리고 걱정은 나중에 하고 일단 행동으로 나섰으면 좋겠다.
나는 욕심을 숨겼어서 후회는 없지만 아쉬운 부분이 크다.
어쩌면 후회보다 아쉬움이 더 짜증나는 감정일지도... 옆에서 서포트 해주시고 지지해주신 심영완 교수님께, 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을 주신 심영완 교수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다시 한 번 전하고 싶다.
졸업전시회를 준비했던 나의 과정들이 너무 귀한 경험들이라 말로 전부를 표현하기엔 한없이 부족하다.
그냥 일단 해봐라. 그럼 ‘좋지 못 한 감정에 비례하는 성장의 계단’이라는 말을 뼈가 아닌 몸의 모든 세포에도 새길 수 있을 것이다.